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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엿보기, 점
빠담빠담 2017-10-07 (토) 08:56 조회 : 1467

희망 엿보기, 점
[한겨레 2004-12-31 16:00]

[한겨레] 불안·불확실한 시대 미래를 알고싶다 # 어머니의 일기 12월 30일. 보리 두 섬은 족히 이고 걸어온 듯한 해. 2004년 갑신년은 더디고 더디기만 했더라. 멀쩡히 대학 나온 아들은 올해도 백수고, 딸은 계속 승진에서 물인가 뭔가를 먹고 있단다. 남편은 평생 몸 바친 회사를 끝내 나오고야 말았으니… 어휴, 내 팔자야. 내일은 식구 몰래 점집에라도 한번 가봐야 하려나.
12월 31일. 듣자하니, 사주나 점은 ‘믿거나 말거나’식이라던데. 심리학에서는… 뭐라더라, 아, 버넘 효과. 버넘 효과로 점의 신비가 과장되는 거라고 했던가? 신문에선 ‘일반적 성격 특성을 보고 마치 자신의 성격을 요약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경향’이라고 했었나? “아니, 사람이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 “가슴에 맺힌 게 많네, 그려” 따위, 뭉툭한 말들로 마치 ‘내 얘기’인 양 빠져들게 한다는 거지. 맞아, 맞네. 다들 그렇게 넘어가는 거잖아? 게다가 자신감 넘치는 그 반말하고는. 그러니 어떻게 귀가 안 엷어질 수 있겠냐 말이야. 두당 5만원? 어휴,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점을 쳐야할 판이네.
대화와 격려로 두려움·불안 줄여라 사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들이 사주와 점이라는 망원경으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주나 점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쁜 운명을 일거에 바꾸는 ‘뒤집기 한판’ 점괘란 게 인생의 어느 길목에 숨어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래서일까. 4500만 인구에 역술인만 무려 20만 명을 웃도는 세상. 자체경쟁으로 점집들도 불황을 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취업운세, 진학운세 등이 여전히 인기다. 지난 17~18일 중소기업청이 주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4 중소기업 일자리 대전’에는 모두 107개 업체가 판을 깔았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몰린 곳은 취업운을 봐주는 ‘타로카드관’이었다. 표준점수 도입 따위로 올 입시 참고자료가 없어서 사주에 기대는 학생, 학부모도 많다고 한다.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등을 펴낸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불안한 때”라며 “근원적 불안을 줄이기 위해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바꾸려는 자기방어 욕구로서 점을 보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최병건 원장(신경정신과 전문병원 공감)은 ‘건강학’적 차원에 무게를 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선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최선의 결과가 실패일지라도, 비난거리나 자책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걸 서로 얘기하고 격려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게 운세를 건강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다.” 사주, 나쁘면 성찰·좋으면 자만말라 주역의 64괘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괘는 지산겸(地山謙)괘. 송인창 대전대 영상철학과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백두산과 같은 산이 땅 밑에 있는 형상이니 이른바, 겸손입니다. 사주가 나쁘면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고, 좋으면 자만하지 말고 덕을 베푸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 말씀입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점이란…동·서양 넘나드는 점의 메커니즘

인생의 일기예보 지혜롭게 만나라 “다음주 초까지 좀 더 기다려 보세요. 중순 쯤 파는 게 좋겠네요.” 서울 남산 일성당감정원의 오진우씨가 취재 도중 전화를 받았다. 단골인 증권사 딜러에게서 온 전화다. 14년 전 신내림을 받은 오씨의 주요 고객은 30대에서 50대의 딜러와 중견기업인들이다. 세계 경제 동향이 작은 모니터 화면에 잡히는 세상의 전문가들도 결정의 순간, 채워지지 않는 2%의 확신을 ‘신의 손’의 의지하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지만 의지만으로 관장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이른바 ‘점집’이 문닫을 수 없는 이유를 제공한다. 오랫동안 ‘도사’라는 말과 함께 묶여 주로 사용되던 사주, 관상, 작명 등의 단어는 부정적인 인상이 지워지면서 좁은 골목 속에서 밝은 양지로 나오고 있다. 6년 전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 명리학 과목을 개설한 이래로, 공주대, 경기대, 대전대 대학원 등에서 역리학 관련 학과나 과목이 꾸준히 개설되는 것이나 관상이 인상학으로 작명이 성명학으로 ‘격상’된 것도 달라진 역술의 위상을 보여준다.

전문가조차‘부족한 2%’ 기대 이 가운데 사주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점이며 최근에는 별자리를 비롯해 타로카드 등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서양 점성술도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부적 운용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동양의 명리학(사주)나 서양의 점성술은 십이지와 십이궁 분류에서 볼 수 있듯 별(천문)의 운행이라는 한가지 원리에서 나왔다. 인류의 생성과 궤를 같이 하는 점술 탄생의 기원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유래 가운데는 기원 전 2세기 5행설에 주창한 제나라 추연이 서양 점성술의 기원지인 바빌로니아를 다녀왔다는 설도 존재한다. 카드를 뽑아 현재의 변화하는 기운을 읽어내는 서양의 타로카드는 대나무 산통 속의 산가지를 뽑아 점을 치는 주역점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현대의 점성학은 인간의 심리 성향을 탐구하는 심성 점성학에 무게추가 기울면서 운명보다는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사주는 여전히 인간의 운명을 읽어내는 데 중심을 두는 정도다. 그러나 성격이나 기질이 운명을 만든다는 입장에 있는 서양점성술과 동양의 사주학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게 <인간의 점성학>을 쓴 유기천씨의 설명이다.
인상학·성명학 높아진 위상 사주는 타고 나는 것이지만 시대에 따라 사주를 읽는 해석의 방식은 변한다. 역술인 조규문씨는 그 예로 흔히 알려진 도화살과 역마살의 예를 든다. “전에는 역마살이나 도화살이 있으면 평생을 유랑하거나 남편을 잡아먹는 안좋은 사주로 읽혔지만 젊은 세대에게 역마살은 유학이나 여행, 출장 등을 자주 가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도화살 역시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고 예술가적 기질도 많아 도리어 장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상담자의 연령대나 역술인의 관점에 따라 같은 해석이 다른 풀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남에서 역술원을 운영하는 박규태씨는 “중년을 넘어갈수록 단정적인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젊은 사람들은 도리어 싫어하기 때문에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역마살·도화살 시대따라 역전
같은 사주 두사람 다른 운명도
그렇다면 사주가 말하는 것처럼 운명은 정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주 제시하는 예가 같은 사주를 타고 난 두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는 것이다. 한 예로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30대 여배우 두 명은 실제로 태어난 시까지 같은 사주를 타고 태어났다. 한 사람은 세상이 떠들썩한 이혼을 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잘 살고 있다. 같은 운명이라면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리학 연구가인 김태규씨는 ‘운명’의 ‘운’은 환경을, ‘명’은 의지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보통 사람들은 의지가 운명과 싸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의지는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의지와 환경이 어울어져 운명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지와 환경에 따라 같은 출발이라도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같은 암 유발 유전인자를 타고 나더라도 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식생활이나 운동을 통해 조심하면 피해갈 수도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점은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조규문씨는 점이 ‘일기예보’라고 말한다. 100%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비 올 확율, 해 뜰 확율을 알려준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우산을 준비하거나 외투를 준비하는 것, 대비와 예방책으로 점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는 조언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희망 엿보기, 점 - cafe.daum.net/dur6f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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