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특별법 합헌’판결로 행정도시가 공주, 연기로 확정됐다. 워낙 큰 관심사 였기에 애초 이 지역이 거론될 때부터 풍수적 시각으로 지세(地勢)를 논한 글이 각 언론에 연일 보도가 됐었다.
터가 좁다느니, 주산이 약하다느니, 물이 땅을 감싸지 않고 곧장 흘러간다느니 등등…. 이 중에서도 주산에 관한 글이 주류를 이룬다. 주산이 어디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는 기사에 ‘민심을 주산으로’하자는 의견도 보인다.
작게는 묘지에서부터 크게는 도읍지까지 예부터 주산중심으로 형성돼 왔기 때문에 당연한 관심사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음․양택을 막론하고 주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단 얘기다.
요즘 주5일제에 따라 전원주택 붐이 일고 있다 한다. 무작정 구입하러 나서기 보다 최소한 주산의 형태쯤은 알고 가면 좋지 않을까. 적어도 손해볼 일을 없을 터이니 말이다.
주산은 혈(穴)에 직접 지기(地氣)를 전달한다. 사신사(四神砂)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 주인역할을 해야 이상적인 지세가 된다는 얘기다. 주산은 식물에 비유하면 뿌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주산은 크면 클수록 좋다. 주위의 온 산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풍수고전 ‘인자수지(人子須知)’에 이런 말이 있다. ‘주산이 기울어지거나 추하다면, 비록 혈장이 있고 딴 조건이 아무리 충족시키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불길하다.’ 주산이 뚜렷하지 못하면 기(氣)도 약하게 되므로 비록 주위가 뛰어나도 흉지(凶地)라는 의미다.
주산의 형태는 오행의 다섯가지로 나누어진다. 먼저 거부(巨富)와 무장(武將)이 나는 노적가리 모양의 금산(金山) 형태다. 다음으로 산 정상이 꽃봉오리 모양의 목산(木山)이다. 이 지형에선 학자나 공무원이 많이 배출된다. 수산(水山)은 산 정상이 여럿이다. 기운이 모이지 않는다. 네 번째로 화산(火山)은 2개 이상의 뾰족한 정상을 가진다. 종교인․예술가가 많이 난다. 마지막으로 토산(土山)이다. 산 정상이 일자(一字)처럼 생겼다. 토는 모든 기운을 포용한다. 따라서 중심적인 힘인 왕기(王氣)가 있는 것으로 본다. 거부와 고관(高官)이 난다.
이러한 주산의 모양은 발음(發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굳이 주산이 아니더라도 주위 산들 중에 이러한 형태가 적어도 한 두개쯤은 있어야 좋다. 목적에 맞는 형태라면 금상첨화다. 예컨대 학교나 연구기관이 들어설 지역이라면 목산이 유리하다.
주산에 대응하는 산이 전면의 안산(案山)이다. 주산이 가장이라면 안산은 안사람이다. 안산이 주산을 내려다보듯 위압적이면 그 땅의 사람은 주체성이 약해진다. 앞이 막혀있기 때문에 발전도 더디다.
반대로 주산에 비해 안산이 지나치게 얕으면 고위 관리나 부자가 된다 해도 늘 불평불만에 빠진다. 그렇다고 주산이 독불장군식으로 홀로 우뚝해선 안된다. 주위 산들이 절하듯 옹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용호(龍虎=左靑龍, 右白虎)는 차후의 문제다.
산이 있으면 물이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 주산이나 명당 규모에 적당해야 한다. 단독주택이나 묘지 등엔 큰물은 되레 화(禍)를 부른다. 앞을 빙 돌아 나가는 도랑물이면 족하다.
요즘 주택입지 선정에 풍수는 그리 큰 영향력은 미치지 못한다. 경제적, 기능적 측면 분석이 주가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행정도시 후보지 평가기준 주요 항목에 풍수가 들어있었다. 비록 수치적인 비중으로 따져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풍수학자 초빙 강의도 있었다 한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전통적 터잡기 문화와 현대적 입지선정 방법의 자그마한 조화로 보면 말이다. 쾌적한 환경 속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잖은가.
2005. 12. 매일신문 연재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