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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정치지도자들이 작명(作名), 관상, 사주팔자, 풍수지리를 선호하는 심리적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강한 권력의지다. 정치심리학자 라스웰에 의하면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인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 속성이 강하다. 따라서 대권을 위해서라면 조상묘 이전은 물론 무당굿인들 못하겠는가. 이명박 후보가 가회동 집을 이사하려다 그만둔 이유도 풍수전문가의 만류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두 번째, 극도의 불안감이다. 인간은 불안할수록 절대자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권력자들이 점성술사를 불렀을 때는 주로 전쟁이나 위기상황 때였고, 레이건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점성술사에게 맡기게 된 계기도 1981년 저격사건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대선에서 74세의 고령으로 네 번째 성공했고, 이회창 전 총재는 72세에 세 번째 도전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세 번째, 초월적 구세주 기대심리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구세주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은 정치인들에게 풍수나 점괘는 신의 계시로 들린다. 여기에는 영웅들의 습관과 행태, 심지어 샤머니즘 숭배의식조차 닮고 싶은 영웅 동일시 심리가 잠재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어린 시절 나폴레옹 전기를 탐독하고, 이회창 전 총재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존경하는 것도 일종의 영웅 동일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조상의 문화나 전통, 관습 등이 후손들에게 대대로 유전된다는 집단 무의식이론을 제시했는데, 대선 주자들의 집안 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술의 과학적 근거는 누구도 입증할 수 없다. 결국 정치지도자들은 권력의지와 심리적 위안, 기복심리 차원에서 역술인을 찾는다는 해석이 가능할 뿐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