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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사주팔자를 보다
깡통박사 2017-09-30 (토) 08:38 조회 : 1994

[아침을열며]CEO, 사주팔자를 보다
 
근 20년 만에 점을 보다가 한 수 배웠다. 좋은 역술인이 있다는 후배의 강력 추천에 호기심도 동했고 모처럼 인생 조언이라도 받아볼 요량이었는데 그 값을 했다. 그다지 나쁘진 않은 사주라더니 왜 이리 고생인가 했는데, 그런 묵은 의문도 풀렸다.

 역술인의 설명은 이러했다.

 자네 주식투자 해 봤나. 길게 보아 상승하는 주식이라도 일 단위, 월 단위로는 무수히 등락을 거듭하네. 당신 사주도 분명 상승하게 될 것이네. 다만 10년 단위의 길흉화복을 보는 대운(大運)에서 지난 10년은 영 좋지 않았네. 그래도 당신 이력서는 그럴 듯하더군. 무진 고생을 했든 안 했든 결과는 좋았던 셈이니, 결국 사주풀이가 정확했던 게 아닌가. 그러니 사주가 엉터리라며 투덜대진 마시게.

 기실 CEO 치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어디 있겠나. 창업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린 경우를 제외하고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데 어찌 순풍에 돛 단 듯한 호운(好運)만 지속되겠는가. 어쩌면 누구든 조직의 리더가 되는 순간 악운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네.

어떤 이가 선거에 나섰는데 당선되지 못했네. 사업도 벌였지만 도산하여 17년간 빚 갚느라 고생했고 약혼녀도 세상을 떠나 오랫동안 신경쇠약에 시달렸지. 다시 국회의원에 입후보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고 3년 후 당선의 꿈을 이뤘으나 다음 선거에 또 낙선하고 말았네. 우여곡절 끝에 부통령 후보자리에 올랐건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네. 어떤가. 자네가 보기에는 정말 박복하고 불운한 사주가 아닌가. 하지만 그가 바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일세.

명호불여운호(命好不如運好)라고, 좋은 명이 좋은 운만 못하다고들 하지. 당연히 명이 중요한데도 필부들은 피부로 느끼는 운에 치우쳐 고생이 닥치면 아이고 내 팔자야 하며 좌절하네. 하지만 링컨의 경우처럼 명격(命格)이 높으면 운이 배반해도 변함없는 송백(松柏)인 것이야. 역으로, 아무리 팔자가 편해도 소초(小草)는 결코 지란(芝蘭)이 될 수 없는 법일세. 그러니까 설령 대운, 세운(歲運), 월운, 일운까지 온통 불운의 연속이라 해도 일희일비하진 말아야 할 것이네.

문제는 나쁜 시운(時運)이 닥쳤을 때 여하히 극복해내느냐인데, 그것은 귀인의 유무에 달렸네. 사주팔자에서 귀인은 천을(天乙)이라고 하는데, 자네에게도 천을이 있더군. 천을은 천상의 신이자, 길성(吉星)이라 천을이 작동하면 일체의 흉살이 사라진다고 보네.

자네도 귀인을 만나면 나쁜 운세도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들어 봤을 테지. 한데 오해하진 말게나. 귀인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외부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세.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귀인이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로봇 짱가가 아니란 말이네. 만약 귀인이 외부사람이라고 한다면, 링컨에게는 전속 슈퍼맨이라도 딸렸다는 말인가.

꼭 명심하게. 천을, 즉 귀인이란 바로 자기 안에 있음을. 나는 그것을 내공이라고 부르지. 누구나 난국에서 내공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자기 명대로 운을 만들어갈 수가 있다고 믿네. 자네의 실제 이력이 과거 10년 운과 달랐던 것도 스스로 천을을 강화한 덕분으로 풀이되네. 서양격언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잖는가.

아무튼 내공은 자신과 인생에 대한 긍정 위에서 구축될 수 있다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양서에 이런 문구가 있더군. ‘자신을 용서하라.’ 운이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라는 건데, 모리라는 노인네의 내공이 느껴져 절로 무릎을 쳤다네. ‘멘토’라는 책에도 자기 안에 멘토를 키우라면서 ‘자기 자신을 칭찬하라’고 설파했더군. 양인들 말이지만, 백 번 옳다고 보네. 자, 이제 그만 일어나시게나. 복채는 저쪽에 두고.
 
 
◆주태산 맥스무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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